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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북한 정권이 왜 대형병원에 물을 공급할 수 없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난달 26일부터 사흘간 북한을 방문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방북 이틀째 방문한 한 대형병원(평성 인민병원)에서 수술실 외에는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 2일 카터연구소 홈페이지에 지난달 22일부터 8일간 중국 북한 한국을 차례로 방문했을 당시 경험했던 일화를 비교적 상세하게 전하며 특히 북한의 열악한 상황을 소개했다. 그는 우선 방북 첫날 만난 리종혁 북한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이 남북대화 재개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 모든 책임을 이명박 대통령의 적대적인 태도로 돌린 반면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박의춘 외무상을 만난 뒤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리고 있는 대형마술 공연을 관람했는데 승객을 실은 버스가 사라지는가 하면 헬리콥터 등이 나타나기도 했다고 한다. 카터 대통령은 이튿날 일행과 함께 평양외국어대학을 찾아 학생들과 만났으며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영어가 전공이었고 중국어는 그 다음이었다고 말했다. 일행은 이어 평성시로 향했는데 가는 동안 트랙터나 농사에 이용하는 가축을 찾아볼 수가 없었으며 주민들만 일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밖에도 그는 북한에 가기에 앞서 중국에서 북한에 대한 해외원조가 주민 1인당 한해 9.4달러 수준으로 수단의 63달러와 아프가니스탄의 165달러에 비해 턱없이 적다는 설명을 듣고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클린턴, 면담 가능성 일축 김정일도 못 만난 데다 북한 두둔에 '유감' 재확인 눈총 받은 앨더스 그룹 "왜 북한 인권에 침묵했나" 주한 유럽 대사들 비판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지난달 방북했다가 귀국한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을 면담할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고 워싱턴 정가 소식지 '넬슨 리포트' 와 외교 소식통들이 3일 전했다. 이에 따르면 클린턴 장관은 지난달 29일 오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간부회의에서 한 당국자가 카터 전 대통령의 2박3일간 방북 행적을 보고하면서 "그를 만날 것인가"라고 묻자 잠시 고민하더니 "No(만나지 않겠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다시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Hell No!(제기랄 안 만난다!)"라고 했다고 한다.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방북한 뒤 클린턴 장관과 만나 방북 결과를 설명한 바 있다. 그는 이번에도 클린턴 장관 측에 방북 결과를 설명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들은 "클린턴 장관이 면담 가능성을 강하게 일축함으로써 방북 과정에서 북한을 일방적으로 두둔하면서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인권을 탄압하고 있다'는 궤변을 늘어놓은 카터 전 대통령에 대한 미 행정부의 유감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은 "카터 전 대통령이 북한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지 못한 데 이어 클린턴 장관과도 면담하지 못해 또다시 체면을 구긴 셈"이라고 덧붙였다. 카터 전 대통령과 함께 방북했던 엘더스(The Elders) 그룹의 전직 서방국가 정상 3명도 서울에서 주 한국과 북한 대사를 겸임 중인 유럽 국가 대사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고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과 마르티 아티사리 전 핀란드 대통령 그로 브룬틀란 전 노르웨이 총리는 지난달 29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주한 네덜란드.스웨덴.덴마크 대사 등의 초대를 받아 오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대사들은 "북한에 들어가서 왜 인권 문제는 한마디도 언급 않았느냐" "북한의 의도에 순진하게 휘말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전직 정상들을 비판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대사들은 이들 정상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한.미와 국제사회에 대북 식량 지원을 촉구한 것과 관련 "북한의 식량 부족은 외부의 지원 중단 때문이라기보다는 체제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로 발생한 측면이 크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특히 대사들은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을 역임한 로빈슨 전 대통령을 겨냥해 "유엔에서 인권 관련 중책을 맡았던 분이 어떻게 북한에서 인권 문제를 전혀 거론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집중적으로 따졌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에 대해 전직 정상들은 "어디서 누구에게 그런 비판을 하느냐"고 맞받아 양측 간에 논쟁이 벌어졌다고 소식통은 밝혔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날 귀국길에 올라 이 오찬엔 불참했다.
북한을 방문할 예정인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일행과 함께 25일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전 아일랜드 대통령, 카터, 전 노르웨이 총리, 전 핀란드 대통령(왼쪽부터)등 일행은 26일 북한핵 문제 협상 재개를 위한 중재 노력의 일환으로 북한을 방문한다. [AP]